🦋팔랑팔랑, 윙윙. 활짝, 찌그르르, 맴맴맴맴, 짹짹짹... 이 의성어의 주인공들은 누굴까요?

아름다운 무늬를 뽐내며 팔랑이는 나비, 검정 노랑 줄무늬를 두르고 힘차게 날고 있는 벌, 알맞은 온도와 습도 그리고 토양으로 피어난 꽃들, 여름의 숲을 가득 메운 매미 소리, 귀여운 목소리와 날갯짓으로 온 정원을 누비는 새들이자, 이 지구에 존재하는 식물 중 75% 이상에게 필요한 ‘수분 매개자’입니다. 수분 매개자의 눈부신 활약으로 식물은 열매를 맺고 번식하며, 야생의 생물들의 먹이가 되고 인류의 식량이 되어 생태계를 이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생물 집단과 환경으로 구성된 자연 생태계와 달리, 급격한 기후변화와 도시화에 의한 서식지 파괴로 인해 도시의 수분매개자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2024년, 서울그린트러스트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생태적 관리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공원을 발굴하여 도시의 수분매개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서식처 ‘비밀정원(Bee-meal Garden)’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 비밀정원의 이야기를 담은 <비밀정원 다이어리>는 아래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

양천 정원친구 1~3기 수료생과 숲과 정원에 관심 있는 양천구민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2024 양천 정원친구 통합교육이 11월 27일(수), 월송나무병원 김철응 원장님의 <나무 의사가 들려주는 정원관리 - 기후변화와 나무 질병 대처법> 강의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 처해있는 우리 지구와 그 안에 살고 있는 나무들이 처한 상황들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상세히 알려주셨던 시간이었습니다. 정원과 초록을 사랑하고 귀히 여기는 만큼,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강의였습니다. 4월부터 11월까지 총 6번의 시간으로 꾸려진 양천정원친구 통합교육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정원을 바라보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숲과 공원, 정원 곳곳에 겨울이 내려앉았습니다. ⛄ 지나간 모든 계절 동안 아낌없이 내어주던 에너지를 고이 거둬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재충전의 시기이기도 하지요. 앙상한 가지들은 낙엽의 흔적을 뒤로한 채 겨울 햇살을 품어 뿌리로 양분을 보냅니다. 이듬해를 준비하듯 뽀송뽀송한 털옷을 두른 겨울눈이 가지 끝에 매달려 있고요. 정원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벌들은 가득 모아둔 꿀과 함께 따뜻한 둥지로 들어가고, 곤충들은 나무 틈, 돌 사이, 낙엽 속에 몸을 숨기며 봄을 기다립니다. 함께했던 초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겨울을 준비합니다. 어떤 이들은 몸을 웅크리고, 또 어떤 이들은 묵묵히 기다리며 내일을 향한 힘을 모으기도 하죠. 2024년, 서울그린트러스트의 모든 계절 속에서 찬란히 빛났던 님의 겨울은 어떤 모습일까요? 부디 따스하고 건강한 하루하루로 채워지길 소망합니다. 하얀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 숲의 낮은 음표들이 조용히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며 2024년을 마무리합니다. 새해에도 님과 초록의 이야기를 함께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happy new year!

오랜만에 찾아온 공원가의 아뜰리에입니다. 오늘은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반 고흐의 작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강렬한 색채와 역동적인 붓 터치일 거예요.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는데요, 바로 사이프러스(Cypress) 나무입니다. 사이프러스는 지중해와 중동 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 키가 크고 뾰족한 상록수로, 예로부터 영원성, 삶의 지속성, 죽음을 상징해 왔어요.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강한 생명력, 독특한 향기, 촘촘한 나뭇잎 덕분에 특별한 존재감을 지닌 나무이기도 하죠. 반 고흐에게 사이프러스는 단순히 풍경 속 나무가 아니었어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흐는 이렇게 말했죠.

| 무릇 사람이란 어울려 살아야 하거늘, 몇몇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배신으로 내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었단다. 가끔 생각했지. 내가 들판의 사이프러스 나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말이다. 들판의 파수꾼처럼 꿋꿋하게 서서 나그네에겐 그늘을 주고 새에겐 둥지를 만들 공간을 내어주는 나무 말이야. 그러면 나는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을 것 같았어” -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中

사이프러스는 고흐의 마음속 깊은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를 표현하는 상징이었습니다. 고흐의 작품 속에서 사이프러스는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1888년부터 1890년, 그의 생애 마지막 시기에 더욱 두드러지죠. <별이 빛나는 밤>, <사이프러스가 있는 파란 밀밭> 등 여러 작품에서 하늘로 곧게 뻗은 사이프러스는 하늘과 땅을 잇는 연결점처럼 보입니다. 고흐는 이를 통해 자연이 가진 웅장함과 생명력을 그리려 했던 것 같아요. 흥미로운 점은, 사이프러스가 항상 작품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어떤 그림에서는 조용히 배경에 자리 잡은 모습으로, 또 어떤 그림에서는 중심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죠. 고흐의 밝고 따뜻한 해바라기가 이상향을 상징했다면, 짙푸른 사이프러스는 그의 내면의 고뇌와 희망을 담아낸 존재였던 것 같아요.

고흐가 머물던 정신병원에서는 보호자가 동행하는 조건으로 고흐가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해요. 덕분에 고흐는 짙고 푸른 하늘 아래 들판을 누비며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었죠. 사이프러스는 때로 슬픔을 상징하지만, 반 고흐에게는 자연의 장엄함을 통해 위로와 열망을 얻는 매개체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의 생애는 1890년 7월, 짧게 막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고흐의 장례식에서는 그의 사랑을 받았던 해바라기와 함께 사이프러스 가지가 관을 장식했다고 전해져요. 고흐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이프러스는 그와 함께했던 거죠.

혹시 반 고흐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기회가 있다면, 그의 그림 속 사이프러스를 유심히 바라봐 주세요. 강렬하고도 고요한, 하늘과 맞닿은 그 나무가 고흐가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모르니까요. 사이프러스 너머로 고흐가 느낀 삶과 자연, 그리고 그가 남긴 깊은 울림을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출처: BBC 별이 빛나는 밤부터 밀밭까지: 반 고흐의 가장 어두운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