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길가나 공원, 인도 틈새를 노랗게 물들이는 민들레. 꽃이 지고 나면 하얀 솜털 같은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풍경이 익숙하지요. 우리는 이 장면을 두고 "민들레 홀씨가 날아간다"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장면에도 오해가 있습니다. 사실 민들레는 ‘홀씨’(포자)가 아니라, 씨앗(종자)을 날리는 식물입니다. 홀씨는 주로 버섯이나 고사리, 이끼처럼 씨앗 대신 포자를 퍼뜨리는 꽃이 없는 민꽃식물에서 사용하는 표현이죠. 민들레는 명백히 꽃이 피는 꽃식물(속씨식물)로, 우리가 보던 그 ‘홀씨 같은 것’은 씨앗이 달린 깃털이에요. 그래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민들레 꽃씨가 날아간다’라고 불러주는 것이 조금 더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겠죠.

이렇게 바람을 타고 흩날린 씨앗들은 어디에 도착할까요? 흥미롭게도 민들레가 머무는 곳이 바로 도시의 틈입니다. 시멘트 갈라진 틈, 버스정류장 옆 풀밭, 가로수 아래 작은 공간들. 이 작고 단단한 씨앗들은 도시라는 척박한 공간 속에서도 생명의 자리를 틔워냅니다. 민들레는 단순한 ‘잡초’가 아니라, 도시 생태계의 회복을 여는 첫 번째 손님,  즉 1차 개척종(Pioneer species)입니다. 이는 생태학적으로 황폐하거나 교란된 지역에 가장 먼저 정착해, 이후 생명체들의 서식 기반을 만드는 식물을 뜻합니다.  민들레처럼 씨앗이 멀리 퍼지고, 빠르게 싹트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체가 여기에 해당해요.
(출처: Odum, E.P. 《Fundamentals of Ecology》 / BC Forestry Outreach Center / 국립생물자원관)

햇볕이 잘 드는 도시의 빈 공간에 민들레가 피어나면, 그 꽃은 곤충에게 꿀을 나누고, 뿌리는 흙을 다져주며, 씨앗은 또 다른 ‘틈’으로 날아가요.  이 작은 생명들이 연결되고 이어지면서, 도시 안의 생물다양성이 조용히 확장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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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꾸는 궁궐숲, 3년의 발걸음

서울그린트러스트는 2023년부터 창경궁을 중심으로 ‘궁궐숲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민관이 협력해 함께 가꿔온 이 도시숲은 어느덧 3년 차를 맞이했어요.
2025년, 궁궐숲은 점점 심해지는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위기 적응형 숲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합니다. 또한, 궁궐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시민들과 나누고자,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담은 ‘초록유람’ 프로그램도 더욱 폭넓은 대상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창경궁 인근 지역의 노인복지센터, 치매안심센터, 청소년센터, 자립준비청년 등과 협력하여 사회적 약자의 참여 기회를 넓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초록유람은 시민분들과 함께 창경궁을 천천히 걷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100년을 살아온 오래된 나무부터, 일제강점기 도로였던 땅에 복원된 녹지, 그리고 그곳에 심긴 2년 된 어린나무까지—서로 다른 시간을 품은 나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았습니다. 또한, 창경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식물을 직접 심으며 이 궁궐숲의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경험도 함께했어요. 숲이 지닌 포용의 힘이 도시 곳곳으로 번져나가길 기대하며, 그 첫걸음을 창경궁에서 함께 내딛는 것이 바로 ‘궁궐숲 캠페인’입니다.

새봄이 찾아든 궁궐숲에는 반가운 장면들도 가득했습니다. 시민참여형 봉사활동으로 올해의 첫 삽을 떴고, 캠페인을 든든히 뒷받침해주는 유한킴벌리와 KB국민은행 임직원들과의 봉사활동도 이어졌어요. 특히 지난 금요일(25일)에 진행된 궁궐숲 봉사활동에서는 캠페인 첫해부터 꾸준히 함께해온 유한킴벌리 임직원 봉사자분들의 익숙한 얼굴을 만날 수 있어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제는 나무를 심고 가지를 다듬는 솜씨도 전문가 못지않아, 누구보다 숲을 잘 알고 돌보는 분들이랍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지난 3년간의 활동을 통해 쌓아온 민관협력의 사회적 성과를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을 넘어, 시민이 직접 숲을 가꾸고 변화시켜온 이 여정은 앞으로 정보 시각화와 성과 분석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공유될 예정입니다.

보존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숲으로 나아가고 있는 궁궐숲. 올해도 이 변화의 흐름을 함께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오늘부터, 5월 23일에 진행되는 시민참여 봉사활동 모집이 시작됩니다. 함께 궁궐숲을 가꾸고 싶은 분들은 아래 봉사활동 신청하기 버튼을 눌러 신청해 주세요!👏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나뭇잎이 반짝이는 계절. 만물이 피어나는 봄날, 여러분은 어디로 떠나고 싶으신가요? 우리는 도시의 공원과 정원, 숲 어귀에서 느낄 수 있는 봄의 온기를 음악으로 담아보고 싶었어요.  가벼운 담요 하나 챙겨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잠시 바람 속에 머무를 수 있는 그런 순간에 어울리는 곡들을 골랐습니다. 🌼 도시의 틈을 채우는 자연처럼, 이 플레이리스트가 여러분의 하루에도 작은 여유와 초록을 더해주길 바랄게요. 천천히, 따뜻하게, 함께 들어주세요. 🎵